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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6-090을 직접 설치해 보고 내린 결론: 왜 이 카드는 결국 게임용으로 쓸 수 없었나

P106-090을 직접 설치해 보고 내린 결론: 왜 이 카드는 결국 게임용으로 쓸 수 없었나

들어가며

채굴용 GPU인 P106-090을 일반 그래픽카드처럼 써보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 카드가 장착된다.
  • 드라이버도 설치된다.
  • 장치관리자에도 잡힌다.
  • 작업관리자 성능 탭에도 GPU로 보인다.
  • GPU-Z에서도 여러 항목이 활성화된다.
  • nvidia-smi까지 실행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얼핏 “이제 거의 다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겉으로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게임에서는 사실상 쓸 수 없었다.

이 글은 내가 P106-090을 직접 설치하고, 드라이버를 개조하고, 여러 테스트를 거쳐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왜 이 카드가 연산용으로는 살아 있어도 게임용으로는 막히는지를 기술적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1. P106-090은 애초에 무엇인가

P106-090은 겉모습만 보면 그래픽카드처럼 생겼지만, 출발점부터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와는 다르다.

핵심 특징은 이렇다.

  • NVIDIA의 채굴용 GPU 계열이다.
  • 출력 포트가 없다.
  • 실제로는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화면을 내보내는 용도가 아니라, 특정 계산 작업에 집중하도록 설계된 카드다.
  • 칩 계열은 GP106 기반이지만, 일반 GTX 1060과 동일한 사용 시나리오를 전제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처럼 생겼지만 사람을 태우는 승용차가 아니라 공장 안에서 물건만 옮기도록 만든 특수 운반차에 가깝다.

겉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도로 주행용 승용차처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처음에는 왜 “될 것처럼” 보였나

설치 과정에서 사람을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P106-090에 개조된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 Windows에서 GPU로 인식된다.
  • 작업관리자에 GPU 항목이 보인다.
  • GPU-Z에서 CUDA, OpenCL, DirectCompute 같은 항목이 체크된다.
  • nvidia-smi에서도 카드 이름, 드라이버 버전, 메모리 사용량이 보인다.
  • 드라이버 모드도 WDDM으로 잡힐 수 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DirectX도 되고, WDDM도 되고, CUDA도 되니까 게임도 되겠지?”

하지만 이건 절반만 맞는 해석이다.

정확히는,

  • 연산 장치로서의 GPU는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다.
  •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그래픽 GPU로 등록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즉, GPU가 “보인다”는 것과 GPU가 “게임 렌더링에 실제로 투입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3. 핵심 오해: Compute가 된다고 Graphics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GPU-Z나 여러 도구에서 다음 항목이 체크되어 있으면 많은 사람이 안심한다.

  • OpenCL
  • CUDA
  • DirectCompute

그런데 이 항목들은 어디까지나 연산 기능(Compute) 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 GPU가 계산을 맡을 수 있다.
  • CUDA 기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 특정 병렬 처리 작업을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단순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은 보통 다음과 같은 그래픽 파이프라인(Graphics Pipeline) 을 탄다.

  • DirectX 또는 OpenGL/Vulkan으로 렌더링 요청
  • 운영체제의 그래픽 드라이버 스택 통과
  • 디스플레이 어댑터로 등록된 GPU에서 프레임 생성
  • 결과를 출력 장치로 전달

즉,

Compute는 “계산기”이고, Graphics는 “화면을 그리는 화가”다.

계산을 잘한다고 해서 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 CUDA가 된다는 것은 “주방 보조가 재료 손질은 잘한다”는 뜻이고,
  • 게임 렌더링이 된다는 것은 “셰프가 실제로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낸다”는 뜻이다.

재료 손질이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레스토랑 전체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4. 내가 실제로 확인한 상태: WDDM은 되는데, Disp.A는 Off였다

내가 nvidia-smi로 확인했을 때 핵심 상태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 드라이버 버전: 417.22
  • 모드: WDDM
  • Disp.A: Off
  • GPU 사용률: 0%
  • 실행 중 프로세스 없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줄은 Disp.A: Off 다.

이 의미는 간단하다.

  • 이 GPU에는 디스플레이가 붙어 있지 않다.
  • 운영체제 입장에서는 이 GPU가 출력 장치를 가진 그래픽카드가 아니다.
  • 따라서 게임이 사용할 렌더링 GPU 후보에서 밀려난다.

즉, WDDM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WDDM은 말하자면 운전면허를 딴 상태에 가깝고, Disp.A: Off정작 차에 바퀴가 없어 도로에 나갈 수 없는 상태에 가깝다.

서류상으로는 운전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 주행은 못 하는 셈이다.


5. 왜 게임은 결국 이 카드를 안 쓰는가

내가 겪은 현상을 정리하면 이렇다.

  • 롤 클라이언트를 실행해도 GPU 사용률이 0%였다.
  • 실제 게임에 들어가도 GPU 사용률이 0%였다.
  • FurMark 같은 GPU 부하 테스트를 돌려도 사용률이 0%였다.
  • Windows 그래픽 설정에서 고성능 GPU 선택 항목에도 P106이 나타나지 않았다.
  • 절전/고성능 모두 내장그래픽으로만 보였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결과다.

5-1. Windows는 “출력 가능한 GPU”를 우선 렌더링 후보로 본다

일반적인 Windows 멀티 GPU 환경에서는, 운영체제가 다음 질문을 한다.

  • 어떤 GPU가 실제로 화면과 연결되어 있는가?
  • 어떤 GPU가 디스플레이 어댑터로 등록되어 있는가?
  • 어떤 GPU가 애플리케이션의 렌더링 결과를 화면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P106-090은 여기서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 출력 포트가 없다.
  • 실제 모니터를 연결할 수 없다.
  • 디스플레이를 끝까지 책임지는 GPU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운영체제는 자연스럽게 내장그래픽(iGPU) 을 렌더링 담당으로 택해 버린다.

5-2. 특히 롤 같은 게임은 더 까다롭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최신 DX12 멀티 GPU 실험용 게임이 아니라, 비교적 오래된 렌더링 구조를 가진 게임이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보통 다음을 기대한다.

  • 정상적인 디스플레이 어댑터
  • 일반적인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경로
  • 운영체제가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렌더링 GPU

P106-090처럼 출력 없는 채굴 GPU를 개조 드라이버로 억지 등록한 경우는 애초에 정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즉,

게임 입장에서는 “GPU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하게 믿고 쓸 수 있는 그래픽카드”도 아닌 상태다.


6. “예전엔 됐다고 하던데?”가 지금 잘 안 통하는 이유

인터넷에는 P106-090 또는 P106-100을 일반 GPU처럼 써봤다는 오래된 글들이 제법 있다. 나도 그런 글들을 참고했다. 특히 구버전 드라이버와 INF 수정, 서명 우회, DirectX 활성화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글들이 완전히 거짓말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당시에는 가능한 틈이 있었다

과거 특정 시점에는 다음 조건이 겹치면서 우회 성공 사례가 더 많았다.

  • 구버전 드라이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 P106 계열이 내부적으로 그래픽 경로를 완전히 막기 전이었다.
  • Windows 그래픽 스택 정책도 지금보다 덜 엄격했다.
  • 특정 버전에서는 INF 개조만으로도 꽤 많은 부분이 통했다.

지금은 운영체제와 드라이버 모두 더 엄격하다

반면 지금은 다음 요소들이 합쳐져 있다.

  • NVIDIA 드라이버 쪽 차단 강화
  • Windows의 WDDM / 하이브리드 GPU 정책 강화
  • 출력 없는 GPU를 기본 렌더링 후보에서 제외하는 경향
  • 개조 드라이버와 서명 우회에 대한 안정성 저하

즉,

예전 글은 “당시 열린 문을 통과한 사례”였고, 지금은 그 문이 많이 닫힌 상태다.

예전에 열쇠 하나로 열리던 문이, 지금은 전자락과 보안문까지 달린 느낌에 가깝다.


7. 더미 HDMI 이야기가 왜 여기서는 무의미한가

일반적인 외장 그래픽카드에서는 “더미 HDMI”라는 해결책이 종종 나온다.

이 원리는 간단하다.

  • 그래픽카드 포트에 더미 플러그를 꽂아
  • 운영체제로 하여금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만든다.
  • 그러면 디스플레이 어댑터로 더 적극적으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P106-090은 이 방법이 성립하기 어렵다.

  • 애초에 출력 포트가 없다.
  • 더미 HDMI를 꽂을 물리적 단자 자체가 없다.
  • 즉, “가짜 모니터 연결” 시나리오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

비유하면,

일반 그래픽카드는 문은 있는데 손님이 없어서, 마네킹 손님이라도 세워두는 방식이 통할 수 있다.

하지만 P106-090은 애초에 문 자체가 없는 가게에 가깝다. 손님 역할을 하는 마네킹을 세우고 싶어도 입구가 없다.


8. 왜 FurMark조차 0%였나

FurMark는 많은 사람이 “GPU 부하 테스트”로 떠올리는 대표 도구다. 그래서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게임이 안 되더라도 FurMark 정도는 GPU를 강제로 쓰지 않을까?”

하지만 내 경우에는 FurMark도 0%였다.

이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니다.

FurMark가 아무리 GPU 부하 도구라 해도, 결국은 그래픽 컨텍스트를 필요로 한다. 즉,

  • 그래픽 드라이버가 정상적인 렌더링 장치로 GPU를 잡아줘야 하고
  • 화면을 그릴 경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P106-090은 바로 그 마지막 단계가 없다.

즉, GPU가 계산기처럼는 살아 있어도, 화면을 그리는 엔진으로는 붙지 못하니 FurMark도 정상 부하를 못 거는 것이다.


9. 그럼 이 GPU는 완전히 쓸모없는가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있다.

게임용으로는 사실상 막히지만, 연산용으로는 여전히 쓸 수 있다.

내가 확인한 상태만 봐도,

  • nvidia-smi가 동작한다.
  • CUDA 버전이 표시된다.
  • GPU 메모리 점유도 보인다.
  • 드라이버가 최소한 연산 장치로는 살아 있다.

즉, 이 카드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 CUDA 기반 연산 테스트
  • 간단한 AI 실험
  • 병렬 계산 작업
  • 일부 영상 인코딩/디코딩 보조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가속기(accelerator)로서의 가치다.

쉽게 말하면,

이 카드는 게이밍 PC의 주인공이 아니라, 서버실 한쪽에서 묵묵히 계산만 해주는 조용한 직원에 가깝다.

사람들 앞에 나와 화려하게 화면을 뿌려주는 역할은 못 하지만, 뒤에서 숫자를 굴리는 일은 할 수 있다.


10. 결국 내가 내린 결론

여러 테스트를 거치며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P106-090은 “인식되는 것”과 “게임에 쓰이는 것”이 다르다

이 카드는 다음 조건까지는 만족할 수 있다.

  • 장착된다.
  • 드라이버가 잡힌다.
  • WDDM으로 보일 수 있다.
  • CUDA가 잡힐 수 있다.
  • nvidia-smi도 돌아간다.

하지만 게임에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 없다.

  • 출력 포트가 없다.
  • 디스플레이가 붙지 않는다.
  • 운영체제가 자연스러운 렌더링 GPU로 선택하지 않는다.
  • 게임이 기대하는 정상 그래픽 경로에 올라타지 못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P106-090은 “GPU로 보이게 만들 수는 있어도, 일반 그래픽카드로 완성시킬 수는 없다.”

일반인용 비유로 정리하면

이 카드는 마치 이런 물건이다.

  • 엔진은 있다.
  • 시동도 걸린다.
  • 계기판도 들어온다.
  • 진단기에도 차량 정보가 뜬다.

그런데,

  • 핸들이 없고
  • 바퀴가 없고
  • 도로 주행 인증도 없다.

그래서 공장 안에서 기계 돌리는 엔진으로는 쓸 수 있지만, 사람 태우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는 쓸 수 없는 상태다.

P106-090이 딱 그렇다.


11. 이런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P106-090은 다음 같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 롤, 오버워치, 배그 같은 게임을 할 목적인 사람
  • 일반 그래픽카드 대체품을 싸게 찾는 사람
  • 세팅만 잘하면 평범한 외장 GPU처럼 쓸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
  • 삽질 없이 빠르게 결과를 원하는 사람

이 카드는 재미로 파고드는 실험 대상일 수는 있지만, 일상적인 게이밍 GPU 대체재는 아니다.


12. 마무리

처음에는 “드라이버만 잘 잡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WDDM까지 떴으니 이제 거의 됐겠지”라고 생각했다. GPU-Z에서 체크가 보일 때는 “이제 진짜 성공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확인한 것은 단순했다.

이 카드는 게임을 위한 마지막 경로, 즉 ‘화면을 그려서 운영체제와 게임이 정상 GPU로 인정하는 경로’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설치 경험 자체는 분명 재미있고 배울 점도 많았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명확하다.

P106-090은 게임용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잘해봐야 연산용 가속기다.

겉으로는 그래픽카드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게임이 기대하는 그래픽카드의 본질적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카드가 끝내 게임에서는 쓸 수 없는 이유였다.


짧은 요약

  • P106-090은 채굴용 GPU라 출력 포트가 없다.
  • 드라이버 개조로 GPU처럼 인식시키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 CUDA/OpenCL/DirectCompute가 된다고 해서 게임 렌더링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
  • nvidia-smi에서 WDDM으로 보여도 Disp.A: Off면 출력 장치가 없는 상태다.
  • 운영체제는 이런 GPU를 자연스러운 게임 렌더링 장치로 선택하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 이 카드는 게임용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연산용 가속기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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