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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230228 청년부 겨울 수련회 후기


수련회의 컨셉은 원피스 - 너 나의 동료가 되어라! 였다. "원피스" 는 "원웨이" 로 바꿔서 부르고, 원웨이 지저스 주님만이 나의 삶의 이유 찬양을 부르기도 했다.




첫날 밤에 뜨거운 찬양을 하고, 불과 며칠 전에 함께 필리핀 선교를 갔다온 청년부 친구들과,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우리 담임목사님은 청년부 담임목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향한 기대와 열정, 그리고 찐한 사랑이 너무 느껴지는 설교였다.   

자신이 신학대학교를 다닐 때의 신앙 / 마음 상태를 말씀해주시며, 자신이 방황을 시작하고 군대로 도망가기 직전의 상태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집회, 수련회의 뜨거움과 성령충만함이 좋아서 그것만 참여하다가 집회기간은 뜨겁다가도 이내 식어버리기를 반복하는 자신을 보면서 어느샌가 현타가 와버렸다고 한다. 이는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나의 형태와 매우 닮아있어 공감이 갔다. 또 실패하고 말겠지 라고 속으로 되뇌이는 나는 이미 파블로브의 개와 같이 학습된 무기력함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이번 수련회를 통해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란 작은 희망이 생겼다.

애즈베리 부흥, 평양 대부흥 모든 큰 부흥은 다 청년으로부터 시작됐다. 따라서 우리 청년들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하셨다.

본문 말씀은 느헤미야 3장이었다.

3: 1 그 때에 대제사장 엘리아십이 그의 형제 제사장들과 함께 일어나 양문을 건축하여 성별하고 문짝을 달고 또 성벽을 건축하여 함메아 망대에서부터 하나넬 망대까지 성별하였고

여기에 나온 "양문" 은 느헤미야가 성벽을 건축하면서 가장 먼저 세운 문이다. 이 문은 양이 드나드는 제사, 즉 예배를 위한 문이었다. 성벽 재건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세운 문은 의미가 굉장히 큰데, 느헤미야는 양의 문을 먼저 세웠다.

무너진 성벽, 나의 마음과도 같았는데, 여기서 가장 먼저 바로 세워야 할 것은 예배 라는 뜻이었다.
예배가 올바르게 세워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청년부의 작은 공동체, 누리가 교회처럼 움직여야 한다.
작은 공동체를 통해 사람들이 (성벽이) 회복되어야 한다.

이때 목사님이 전달해주시는 서집사님(여)의 간증을 들었다. 할아버지부터 시작된 서집사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는 너무 재밌었다.

할아버지는 희대의 카사노바라서 정실부인만 18명이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데리고 속세를 떠나 절로 들어갔다. 절에서 자연스레 불교를 종교로 삼고 살다가 결혼을 하고 서집사님을 낳았다. 베트남 참전을 하여 병을 얻었다. 와이프는 떠나가고, 재혼을 하게 된다. 재혼한 여성이 독실한 기독교 여성이었다. 여러 병으로 인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교회를 나가 기도를 받게 되는데, 이 때 기적적으로 모든 병이 낫게 된다. 이 바람에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갑자기 목사가 되어 개척을 하겠다며 이곳저곳 단칸방을 돌아다니며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교회를 개척한다.

이 마당에 서집사님은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셔서 전교 5등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집은 돈이 나올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 새벽에 우유/신문 배달 하고 낮에 공부하고 밤에 알바하는 식으로 삶을 살았다.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하고 살다가 여유로운 집안에서 잘 살아온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이제 좀 편하게 사나 싶었는데, 남편의 사업이 망하면서 술을 먹고 가정폭력을 하는 괴물로 변했다. 한번은 집앞에서 거의 죽기 전까지 두들겨 맞고 이혼을 했다. 있던 하나의 자식은 남편이 데려가버렸다.

인생에 희망을 잃은 죽기로 결심했다가, 마지막으로 간 서점에서 "벼랑끝에서 웃게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이끌리듯 찾아보게 되고, 잊고 살았던 교회를 나가게 됐다. 그 교회의 작은 공동체에서 회복하고, 자신의 사업이 번창하여 현재 잘 살고 계신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함은 작은 공동체의 중요성이다. 누리모임을 할 때 그저 일상적인 나눔에 그치는게 아니라, 말씀을 나누고, 그간 받았던 은혜를 나누고, 기도제목을 나누고 진심으로 기도하며,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형식과 같이 진행되야 한다.

위와 같은 다짐을 갖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기상 필리핀 선교를 갔다온 지 얼마 안되서 (2월 16일 끝남), 목사님이나 임원단이나 청년들에게 무리가 될 수 있는 스케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에 수련회를 강행한 것은, 필리핀을 갔다온 사람들은 그 은혜를 계속 일상에서 이어나가고,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은혜를 나누며, 청년들이 부흥을 일으킨 것처럼 우리가 모여 기도하고 예배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나는 기도짝꿍 (하늘이 누나)의 손을 맞잡고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눴다. 나는 집회나 기도회에 대해 변화가 없으리라는 두려움에 대해 나눴고, 하늘이 누나는 당시 바로 전날까지 중고등부 수련회를 마치고 왔기 때문에 힘이 없음과, 믿지 않는 가족들을 위한 기도 등등을 나눴다. 하늘이 누나의 손은 매우 따듯해서, 마치 엄마가 손을 따듯하게 잡아주는 것 같았다. 그 따듯함이 마음까지 흘러들어와 내게 큰 위로가 되었고,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어 나온 찬양이 하나님의 열심 이었다. 

조금 느린듯해도 기다려주겠니
조금 더딘듯해도 믿어줄 수 있니
네가 가는 그 길 절대 헛되지 않으니
나와 함께 가자

이 가사가 너무 나의 하염없이 "주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기도하며 수련회 처음이자 마지막 집회가 끝났다.



2일차 아침 기상 후엔 엠비티아이 강의가 있었다. 개인적으론 유행 된지도 한참 지나고 이젠 슬슬 신물이 나는 주제인데 뻔할 뻔 자 일것 같아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요한 강사 (속칭 요데렐라) 는 몰랐던 MBTI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mbti 테스트 웹사이트가 틀린 점, 진짜 MBTI 와 차별된 점들을 설명하며 기대감을 끌었다.   

E/I, N/S, T/F, P/J 부류를 나눠서 공통된 질문을 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이는 매우 효과적이고 흥미로웠다. E/I 를 나눠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을 때 하는 행동" N/S 를 나눠 "릴레이 동화 써보기" 등 활동 들을 진행하며, 서로의 차이에 대해 알게되고, 인정하며, 스스로에 대해 한번 더 알아보게 되는 계기였다.   

점심식사 후엔 팀을 꾸려 돌아다니며 액티브한 활동들을 하게 됐는데, 총 들러야할 4군데의 목적지를 찾아가게 하는 퍼즐이 또 컨셉이 녹아들어 있었다. 해적단이 원피스라는 보물을 찾는 컨셉처럼, 우리는 꾸겨진 지도를 열어 암호를 해석했다.    



생각보다 매우 추운 날씨라 모두가 고생을 좀 했다. 준비하고 거기서 사람들이 오길 기다리는 임원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우리 조가 동선이 꼬여서 비효율적인 동선으로 여기저기 왔다갔다를 많이하고 추위에 벌벌 떨며 마지막으로 돌아왔다. (쟁반노래방을 즐겨보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마지막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솔직히 마지막에 예배하고 설교를 들으며 끝나게 되는 것을 생각하고 매우 귀찮고 가기 싫었다. 하지만 이게 왠 걸, 2층 예배당은 불이 다 꺼져있고, 촛불을 양쪽에 밝혀 길을 만들며, 맨 앞에 강대상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난 이런 이벤트는 내가 누군가에게 해주리라만 생각했었지, 내가 이걸 받게 될줄은 몰랐다. 상당히 고전적인 이벤트지만 꽤나 내 마음에 감동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강대상에 서서, 준비된 영상을 봤는데, 물방울 하나가 막 화려하게 촤라락 하면서 금빛 스르륵 하면서 촤라락 하는데 ㅋㅋ 마지막에 선물 박스가 나오면서 선물 상자가 촤라락하면서 열리는데,
카메라로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우리를 축복하는 말씀으로 목사님께서 마무리를 해주셨다.




역시나 나는 일상속으로 돌아와서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 다르달까? 조금 더 발버둥치고, 조금 더 하나님을 생각하며, 어떻게 경건한 삶을 살지 조금 더 고민하게 된다. 이 역시 얼마나 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얼마나 더 넘어지고 피를 흘릴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 손에 검과 방패를 놓치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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